2012년 4월 12일 목요일

상상의 나래.

상상의 나래.

순대국밥을 앞에두고 깎두기를 집어들었다. 거대한 깎두기를 집어 들고는 어느쪽부터 베어먹을까, 몇 번에 나눠 먹을까 뭐 이런 실존적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온 김용민의 막말이 떠올랐다. 지금부터 펼쳐질 음모는 깎두기를 네번에 나누어 베어먹는 동안 펼친 상상의 나래다.



막말의 존재.

일단 작년 7월쯤으로 기억한다. 내가 꼼수를 듣기 시작한게... 아마 그때가 다운로드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을 즈음이었을게다. 들어보니 세명이 골방에 앉자 실존하는 권력에 대고 '싸우자'고 떠들고 있었다. 뉴욕타임즈보다 수위가 높았고, 더 재미졌다. 물론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그즈음 권력은 그 셋을 모두 '탈탈' 털었을 것이다. 김용민의 '막말'은 그때 준비되었을 듯 하다.



차가운 반응.

대표적인 친이 꼬붕이었던 오세훈과 나경원이 나가 떨어졌다. 게다가 총선까지의 흐름을 점칠 수 있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마저 박원순에게 빼앗겼다. 그 과정에서 나꼼수는 그야말로 '일등공신'이었다. 헌데 저쪽은 반응은 상대적으로 차가웠다. 언론사 기자까지 합세, 1시간 떠들던걸 2시간으로 늘려, 가카와 한나라당을 연일 씹어대고 있는데도 저들을 반응은 차가웠다. 물론 나꼼수 당사자들이 신변의 압박을 느꼈을 정도의 압력이 분명 있었을 거다. 허나 미네르바 처리하는 저들의 모습을 보지 않았는가. 물론 나꼼수의 대중적 지지와 인기도 그 이유가 될 수 있겠다.  몰아 붙이는 대신 그들은 준비한 건 정봉주의 구속이었다.



구속 그 이후

오세훈이가 구국의 삽질로 안녕을 고한 이상. 이제 가까이 남은 이슈는 총선이었다. 오세훈 나가 떨어지고, 나경원이 털렸다. 박근혜가 수장을 자릴 자연스레 꿰차게 되더라도 쉽지 않을 상황이었다. 야당은 미리 들떠 있었다. 정봉주가 선거 전 부활할 것이란 예상도 자연스레 했다.(이건 김용민의 출마를 결정하면서 총수가 나꼼수에서 직접 했던 얘기이기도 했다) 여기서 저들은 이 음모를 착안했을지 모른다. 정봉주를 감옥에 집어 넣는다. 사면은 애초에 없다. 그러나 사면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내용을 흘렸을 수도 있다. 정봉주가 나오지 못하고 나꼼수의 대중적 인기는 사글어들지 않는다. 이렇게 정봉주 대타로 나꼼수가 등장할 수 있는 여지를 조성한다. 언더에 있던 그들을 오버로 끌어 낸 것이다.



김용민의 등장.

나꼼수가 팟캐스트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자금을 공연을 통해 모금하고, 상황에 따라 욕도 서슴없이 하는 이상, 그 상태에서 '막말' 카드로 그들을 공격한다면 역풍을 처맞게 될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했을 듯 하다. 더구나 총선에서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도... 이미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선거연대를 확정한 상태. 나꼼수 멤버 중 김용민이 있다는 것. 즉 대중정치인으로 등장 가능한 자질을 가지고 있는 이가 있다는 것. 이것을 토대로 정봉주의 대타로 김용민이 등장할 것이라 예상했을 것이다. 그리고 김용민이 등장했다. 나꼼수가 드디어 현실정치판에 등장한 것이다. 정봉주의 이름으로,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이 패키지인 야권연대의 이름으로 말이다. 맹렬한 공방을 주고받는 살벌한 선거판에 나꼼수와 야권연대를 한 패키지로 싸잡아 흠집낼 절호의 챤스가 온 것이다. 아니 챤스를 만들어낸 것이다. 솔직히 김용민 검찰조사 받고 그날 나오는 모습보면서 좀 놀랐다. 아니 대한민국 검찰이 김용민을 그냥 저렇게 내보낸단 말야. 나꼼수 팬덤이 무서워서... 아님 뭐가 무서워서...



'막말' 공격.

드디어 공격이 시작됐다. 모든 언론, 적국과 아군 모두 먼지가 살짝 앉자있던 포문을 열어재꼈다. 조선일보의 무가지 배포를 봐라. 프로야구 시즌 개막 경기장 앞에 뿌린다. 참으로 세심하고 꼼꼼하다. 더구나 인천에서 열린 SK와 기아와의 경기라는 점에서는 감동이기까지 하다. 이처럼 이건 그들의 승부수였다. 작년부터 쥐고 있던 카드를, 확실한 내밀 수 있는 상황을 만든 후에 내민 것이다. 후보로 등장한 김용민을 반신불수로 만들고, 나꼼수를 무력화시킨 후, 동시에 야권연대 싸잡아 흔들믄서 선거판 전체의 주도를 가져가 버린 것이다. 그래서 본질은 김용민의 막말이 아니다. 나라를 팔아먹고도 권력을 쥔, 군사독재를 하믄서 무고한 이들은 수없이 고문하고 죽였으면서도 권력을 쥔, 그렇게 해방이후 수십년간 권력을 쥐믄서 쌓아온 권력유지의 노하우인 것이다. 며느리에게도 절대 물려줄 수 없는 뭐 그런 비장의 노하우. 그렇게 또 당했다.



선거 그 후.

프로야구 시즌이 개막했다. 선발투수도 중요하지만 운용, 즉 로테이션도 중요하다. 로테이션의 구성과 계투와 마무리의 운용, 적절한 타이밍까지... 우리가 싸워야 할 팀은 시애틀 매리너스 정도 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뉴욕양키스였다. 다른팀에선 특급마무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를 데려다 중간계투를 맞기는 뭐 그런팀. 이번 총선을 통해 확실히 느끼고도 남았다.

정봉주가 구속된 이후 '김용민'이 나올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만약 저들이 나꼼수가 대중적인 지지를 확보해가던,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기전부터, '정봉주 대신 나꼼수 누군가 등장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부터 이 기획을 한 것이라면, 저들은 뉴욕 양키스가 아니라, 뉴욕 양키스에 보스턴 레드삭스를 합쳐놓은 팀 정도가 되는 것이다. 내가 박수 함 친다.

그리고 그 기획자는 박근혜가 아닌 다른 누군가다. 실체에 접근하기 졸라 어려운 그 누군가 말이다.


상상의 나래.

이건 뭐 앞서 말했듯이 깎두기를 씹어 묵으며 펼친 상상의 나래일 뿐이다. 지고 나니 별 생각이 다 드는 거지 뭐. 만약 내가 정보를 다 틀어쥐고 있으믄, 이번 대선한번 멋지게 기획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그런 정보가 내게 들어 올리도, 그런 기획을 내게 맡길리도 없다는 것이다. 이게 다 가카. 아니 깎두기 때문이다. 슬프다. 재밌자고 쓴 글이 재미가 없다. 상상의 나래에도 종류가 있다고 참 쓰잘데기없는 상상 되겠다. 미안하다. 그래도 기운은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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