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일 금요일

선수들 - 프롤로그

 




단도직입적으로다가… 지금부터 도둑들, 아니 '선수들' 얘길 시작할까 한다. 존나 잘하고, 잘하는 만큼 천문학적인 대접도 받고, 언론의 플래쉬 세례를 독차지하고, 몸에서 광채가 나는 여친도 있는, 뭐, 그런 슈퍼스타들 말고 이런 선수들 말이다.

선수입장

메이저리그에 보스턴과 뉴욕이라는 앙숙이 있다면 한국프로야구엔 기아와 롯데라는 앙숙다운 앙숙이 있다. 보스턴과 뉴욕이 앙숙인 이유는 같은 지구여서만이 아니다. 보스턴이 민주당의 큐브와 같은 곳이라면 뉴욕은 공화당의 아크원자로 같은 곳이다.
게다가 보스턴이 베이브 루스를 양키스에 넘긴 이유로 우승을 하지 못한다는 밤비노의 저주(물론 2004년에서야 첫 우승을 하면서 깨지긴 했지만)로 얽혀있는 철천지 웬수 사이이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 이 두 팀의 맞대결만큼 뜨거운 경기는 없다. 게다가 두 팀의 팬들만큼 극성쩌는 팬들도 없고.
 
<앙숙간의 난투극이야 말로 최고의 난투극>


기아와 롯데도 뉴욕과 보스턴 못지 않다. 롯데의 연고지인 부산이 새누리당 우세의 경상도라면, 민주당의 연고지 광주는 민주당의 텃밭이다.
게다가 선동렬과 최동원이라는 전대미문의 라이벌 역사가 서려있는 앙숙다운 앙숙되겠다. 그런 앙숙간의 올 시즌 첫 경기. 기아의 주포 김상현이 부상으로 빠져있고, 롯데의 슈퍼타자 이대호는 롯데가 아닌 일본 오릭스의 선수였다. 하지만 스타가 빠졌다고 해서 앙숙이 베프가 될 수는 없는 법. 경기는 앙숙답게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화끈한 라이벌전의 희생양은 타자가 아니라 투수였다. 기아 선발투수 앤서니가 3이닝 5실점 강판, 롯데 선발투수 사도스키가 4와 1/3이닝 5실점 강판, 양팀의 선발이 모두 무너져 마운드에서 내려간 이후 기아가 4명의 투수, 롯데가 6명의 투수를 투입, 총 12명의 투수가 긴급 출동한 이 경기에서 롯데가 11-7로 승리하면서, 롯데는 무려 1462일만에 단독 1위 자리에 올랐다.
4월 7일부터 시작해 10월 6일(182일)에 끝난 올 시즌 정규시즌을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대략 9년 만에 첫 단독 1위의 자리에 오른 셈이다. 이 미션 임파서블한 게임에서 김성배는 이날 투입된 롯데의 7명 투수 중 한 명이었다. 김성배가 공 10개로 2명의 타자만 상대하고 내려온 지 며칠 뒤 한 언론은 짤막하게 이런 기사를 내보냈다.
 
<이성배>



그렇다. 그는 시즌 초 그저 2차 드래프트에서 간신히 롯데에 이름을 올린 성이 '김'인지 '이'인지도 햇갈리는 이름조차 생소한, 나이 많은(31세) 선수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시즌 기록은 69경기에 등판 53 1/3이닝 3승 3패 14홀드 방어율 3.21로 선방했다.
올 시즌 롯데가 야심차게 영입한 연봉 3억 5천의 이승호(48 2/3이닝 방어율 3.70)보다 좋은 성적이었고, 부상으로 3경기 출장밖에 하지 못한 연봉 5억의 정대현과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을 정도.
게다가 SK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역전승의 주인공이 되어 게임MVP에 올랐다. 연봉 1억 5천에서 5천으로 삭감되어 두산에서 롯데로, 그것도 2차에 트레이드 된, 31살 김성배의 시즌은 이렇듯 너무나 훌륭했다. 더 이상 임경완을 잡지 않았다 비난하는 이도 없었다. 하지만 롯데는 게임스코어 3-2로 패배가 담긴 쓴 잔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 앞으로 시도 때도 없이 떠들어댈 선수들. 바로 김성배와 같은 선수들이다.




'선수들'

 
'세상은 넓고 선수는 많다.'


최고라는 호칭을 얻지도, 그에 걸맞는 최고의 대우를 받지 못해도, 성공의 주변을 맴돌거나 성공의 근처에서 나자빠져도 늘 뜨거운 선수들. 때론 눈에 띄지 않아도 늘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며 땀을 흘리는 선수들. 2002년 오클랜드의 20연승(1-아래 주 참조)처럼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선수들. 그런 선수들을 종목을 불문하고 발굴, 디비고 조명하는 것이 바로 이 연재의 역사적이고 친환경적인 사명이라 하겠다.
 
 
독자들의 애정 어린 제보와 선정위원(축구의 필독, 프로레스링의 UMC, 스모의 죽지않는 돌고래, 비키니 미식축구의 춘심애비 등, 아직 본인들은 모르고 있음)들의 듣보스런 분석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종목에서 선정된 선수들을 향해 시도 때도 없이 헌사하고, 딴지 명예의 전당에 주저 없이 헌액함으로서 선수들의 땀과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널리 알리고 보전해 나갈 것이다. 숭고하고 결연한 이 길, 딴지 아니믄 누가 걷고 자빠져 있겠는가.




It Ain't Over 'Til It's Over

'It Ain't Over 'Til It's Over'. '끝나기 전에 끝난 것이 아니여'란 이 말은 메이저리그 명예전당에 오른 뉴욕양키스의 레전드 요기 다니엘, 아니 요기 베라의 명언이믄서 동시에 필자가 졸라 좋아라하는 레니 크래비츠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여 – 요기 베라 with 우승반지>


요기 베라의 말처럼, 게임은 시작되었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종목을 불문하고 게임엔 슈퍼스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는 선수(팀)가 있어야 이기는 선수(팀)가 있는 게 게임의 섭리니 어쩜 슈퍼스타에 가려진 '선수들'덕에 게임은 더 흥미진진한 걸지도 모른다. 김성배가 그러했듯 말이다. 이제 우리에겐 맥주 한 캔씩 들고 경기장에서, TV 앞에서 신나게 떠들며 보는 일만 남았다. '알고보면' 스포츠만큼 재밌는 것도 없다는 말이다. 가을이 왜 독서의 계절인가. 스포츠의 계절이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수많은 '선수들'이 여전히 땀 흘리고 있다.

(주1) 2002년 8월 13일부터 9월 14일까지 벌어진 오클랜드의 20경기 성적은 20승 무패. 20연승은 103년의 아메리칸리그의 역사상 최고의 기록이기도 했다. 게다가 마지막 3게임은 모두 끝내기 승리.
특히 마지막 경기는 11-0으로 이기고 있다 11-11로 동점허용. 끝내기 홈런으로 막장드라마틱한 승리를 만들어냈다. 당시 1억 2592만 달러로 연봉총액 1위(오클랜드는 4004만달러로 28위)였던 양키스와 같은 103승으로 지구 1위. 리그MVP(미구엘 테하다), 사이영상(배리 지토)을 모두 휩쓸었다. 2002년 시즌 초 꼴지였던 오클랜드는 그렇게 2002년 포스트시즌에 기적처럼 진출했다.

** 독자덜은 눈치챘을지 모르겠으나 딴지 명예의 전당엔 이미 한 선수가 헌액 되어있다. 바로 전 보스턴 레드삭스의 너클볼 투수 '팀 웨이크필드'다.


팀 웨이크필드(기사 링크)


당시 '천번은 아파야 어른이 된다'는 훈계가 하도 어이없어 결론을 그리 맺긴 했지만 '선수들' 연재의 시작이… 맞다. 본토에서도 보기 힘든 분량의 팀 웨이크필드에 대한 헌사다. 이런 헌사 딴지 아니믄 어디서 디벼 보겠는가. 그러니 본문 뒤에 프롤로그가 붙는 게 뭔 경우냐고 항의들 마시라. 그것도 다 딴지니깐 가능한 것이니.


**팀 웨이크필드(MLB)에 이은 다음 헌액자는 농구나 씨름 선수일 확률이 현재까지는… 높다.


** 명예의 전당 후보들에 대한 독자덜의 다양의 제보를 기다린다. 앞서 말한 자격요건을 갖춘 '선수들'에 대한 의견이나 제보는 종목을 불문하고 ddanzitheplayer@gmail.com으로 보내주시라. 독자들의 관심과 참여야 말로 반인권적이고 공포스런 딴지의 독촉에서 필자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유일한 구원의 손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참. 레니 크래비츠의 노래는 게임(스포츠) 얘기가 아니라 '사랑'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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