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7일 토요일

반갑다 친구야!




친구야.


우리친구 준석이


다들 종무식이다, 시무식이다 뭐다해서 바쁘다고 난리야. 중간 중간 술도 한잔씩 꺾어줘야지, 맨날 늦게 들어 온다 욕 쳐묵해야지. 연말인사, 새해인사 스팸문자 받고, 고대로 날려줘야지. 밀린 연차 눈치 보며 써야지. 연차 썼다가 밀린 일 다 처리해야지. 일처리도 못 하믄서 연차 썼다고 욕 쳐묵 해야지. 아… 씨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일개 직장인인 내가 이정도인데, 넌 얼마나 바쁘겠어. 이해해. 몸 조리 잘했으면 해. 쇼는 이제부터 시작이잖아. 쇼 머스트 고 온. 오케이.





나름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말 놓았는데, 기분 나쁘진 않지. 사실 난 너보다 10살 정도 더 많아, 하지만 너란 친구, 10년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친구 먹어도 될 만큼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그건 네가 하바드를 나왔고, 벤처기업의 CEO고, 봉사단체의 대표여서가 아냐. 한나라당 비대위, 그 불구덩이 속에 결연하게 뛰어 들어간 용기 때문이야.


여기서 하나 알아야 할게 있어, 불구덩이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거. 거의 순도 백프로의 압출 가스 같은 걸 태우는 완전연소에 가까운 쾌적하고, 친환경적인 불구덩이가 있는 반면에, 폐타이어 같은 게 지글거리는 졸라 쉣인 불구덩이가 있어. 친구가 들어간 불구덩이는 후자에 가까워. 그런데도 뛰어든 용기. 정말 대단한 거지. 인정해.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하는 법이다’



이 말뜻 알지. 너도 이 생각이었던 거니? 사실 난 이 말하면 떠오르는 분이 있어. 그분은 지금 도지사야. 군대도 다녀오지 않으셨는데, 관등성명 이런 거 되게 좋아하셔. 옛말이 틀린 게 없다니깐, 한양은 가보지 않은 놈이 더 잘 안다고도 하잖아. 근데 이분이 사실 무서운 분이야.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된 빨갱이였다고, 뻘건 띠 두르고 노조위원장 뭐 이런 거 하던 냥반이 ‘이젠 혁명은 끝났다’ 이러고 민주자유당(여당)에 입당 한거야.


그러믄서 ‘호랑이를 잡으러 가겠다’고 출사표를 던지신 거지. 그래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하는 게 맞아. 근데 호랑이 잡으러 들어가 놓고 호랑이랑 눈이 맞은 거야. 그리고 신접살림을 차렸어. 일종의 귀화인거야. 아… 호랑이라면 ‘가오’라도 살지. 사실 그 굴엔 ‘쥐’들이 살고 있었거든. 아으 폼 안나.


 
호랑이굴 방문용 아웃도어 패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어. 박정희독재당이 민주공화당이야. 박정희가 죽고 쿠데타세력인 민주공화당은 없어지지 않고, 민주정의당에 양도 돼. 민주정의당은 전두환 신군부가 창당한 당이야. 87년 6월 항쟁으로 군부를 밀어냈지만 민주정의당 양반들은 김영삼의 통일 민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과 합당해 자유민주당이란 이름으로 고스란히 살아남아. 독재한 넘들, 한넘도 사라지지 않은거야. 일제에 부역한 이들이 고스란히 살아 남았듯이 말야.



웃기지. 게다가 허구헌날 지들끼리 다해 처묵으면서 민주래. 그래도 양심이 코털만큼은 있었는지 더 이상 ‘민주’는 쓰지 않더라구. 자유민주당은 신한국당으로, 신한국당은 한나라당으로 고스란히 이어져. 맘 같아선 1945년 해방직후로 안내하고 싶지만, 지면상 사양할게. 간단하게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애. 일제에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매국노들이 앉았던 자리가 시간이 흐르고 흘러 바로 친구 네가 앉아있는 그 자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뭐 그렇게 말이지.


 
졸라 유구한 역사


친구야. 보았지. 한나랑의 역사는 97년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야. 졸라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어. 그 생명력은 뿌리 채 잡아 뽑고도 포크레인으로 두 삽 정도는 떠내야 싹이 트지 않는 잡초와 같다고 할까. 그러니까. 뭘 바꾸겠다는 꿈은 꾸지 않는 게 좋아. 바뀌지도 않을 거고, 바꾼다고 나아질게 없어. 바꾸는 게 아니라 없애는 게 더 쉬울 거야. ‘해체할 테니 알아서들 살길 찾아. 쫑이야’라고 말야. 괜히 어설프게 바꾼다고 하니까 공격받는 거야. 홍위병 취급 받고…


얼마 전에 강용석이가 진중권횽아한테 맞장토론 하자고 할 때 난 뿜고야 말았어. 그런데 너도 얼마 전에 김어준 총수가 특검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지. 거기서 또 뿜었어. 속으로 뜬금없이 아무나 갖다 붙이는 게 하바드 출신들의 특징인가 하기도 했지만, 특정 학교를 비하해서는 안 될 것 같아 트윗에도 올리지 않았어. 그래도 난 이렇게 생각했어.


강용석이 좀 덜떨어졌거나, 덜떨어진 척을 하고 있는 거라면, 우리 친구는 순수해서 그런 거라고 말야. 그러지 말고 노회찬횽아한테 비대위 대변인을 맡아달라고 해보지 그래. 혹시 알아 ‘불판을 확 뽀사 불랑께’이러고 참여하실지. 뭐 이런 건 해프닝이지.


헌데 얼마 전 전여옥이 널 씹었다는 걸 주워 들었어. 그땐 마음이 아프더라고. 친구가 전여옥을 향해 ‘변절자’라고 했다며. 우리 친구 대단한걸.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비대우원 중 그 누구도 그런 말 하지 못했을 거라고 봐 난. 아니 한나라당 안에서도 쉽게 하지 못하는 거야. 왠지 알아, 전여옥은 늘 흥분해 있는 정봉주횽아보다 4옥타브 정도 더 흥분해 있는 분이거덩. 잘 못 걸리면 ‘X’ 밟는 거라구. 어디 그뿐이야. 전여옥에게 한나라당은 한지붕 세가족이야. 몽준 오빠도 있고, 근혜언니도 있고, 가카도 있어. 전여옥에겐 다 가족이야. 이집 저집 막 기웃거려. 근데 우리 친구는 가족대접도 못 받는 거야. 아으. 내가 다 발끈하더라구.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친구야. 너무 속상해하지마. 전여옥은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거야. 올해 공천은 물 건너 갔다고 말야. 우리 친구가 변절자에게 공천을 줄 리가 없지. 안 그래. 그래도 명색이 한나라당 1인자인 박근혜 비대우원장 믿고 들어왔는데, 좀 당황스럽긴 할거야. 표절 전문가에게 ‘공부 좀 더하고 와라’는 소릴 들었으니 오죽하려고. 하지만 친구야. 이제 시작이야. 정치하는 사람들 쉽게 보면 안돼. 강용석이와 전여옥의 꼬라지는 그 서막일 뿐이야. 이제 서로 살아보겠다고 엉켜 붙게 될 거야.


박정희가 죽어도, 전두환과 노태우가 구속이 되고, 김영삼이 아이엠에푸의 주인공이 되어 물러났어도 10년을 통째로 잃어버렸다더라도 살아남은 양반들이야. 분명 그 방면으론 탁월한 노하우가 있는 거지. 어쩌면 친구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맞닥 드리게 될 거야. 얼마 되지않는 기간이긴 한데 한나라당 우원들은 비대위가 지덜에게 아군인지, 적군인지 식별을 마쳤을 거야. 그리고 뭔 쇼를 해야할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테고. 하루아침에 등 돌리고, 또다시 마주보고 하는 꼬라지들 보게 될 거야. 잘 봐. 그동네는 옳고 그름을 놓고 싸우지 않아. 필요하냐, 불필요하냐를 놓고 부딛힐 뿐이지.


친구야.
방송에 나온 네 모습을 보았어. 너 정말 당당하더라. 근데 ‘현실 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너의 말을 듣고 난 또 뿜고 말았어. 그럼 넌 지금 ‘가상현실’에라도 있나보지. 매트릭스 뭐 이런 거. 친구야. 넌 이미 현실정치에 졸라 똥꼬 깊숙이 발을 들인 거야. 언론이 널 들어 올려주잖아. 3선쯤 되는 우원이 막 들이대잖아. 너도 느끼지. 머리 허연 꼰대들이 막 너 눈치 보고 그러는 거 말야. 친구야. 벌써 흥분하면 안 돼. ‘싸워’야 할 때라고. ‘싸야’ 할 때가 아니란 말야. 조루가 아니라 지루여야 해.


싸우는 자세나 태도에 대해서는 나꼼수 열심히 듣고, 진중권, 김규항,허지웅,독설등의 트윗을 팔로잉하며 섭렵하길 바래. 누군가는 분열이니, 자폭이니 하는데, 네가 발들인 곳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거야. 진보는 도덕적이라고 누가 그래. 진보 자체가 도덕적이진 않아. 보수 그 자체가 부도덕이 아니듯 말야. 진보는 적어도 같은 대오라도 들이박을 줄 알 뿐이야. 그 냉정함과 살벌함 때문에 돈과 권력 앞에 조금 더 떳떳할 수 있는 걸꺼야. 언젠가 우리 스스로 싸우는 걸 포기하는 순간, ‘진보도 타락했다’는 말이 나오겠지 아마. 그러니 이쪽 걱정은 아직 하지 마. 조까튼 상황을 대하고도 암묵적 합의, 배타적 침묵 드립 치는 게, 그게 더 비열하고 치사한 거지.


친구야.
학력이니, 병역이니, 회사니 하는 너에 대한 의혹들, 난 전혀 궁금하지 않아. 그 정도도 없이 한나라당에 자리 깔 수 있나. 안 그래. 그 정도의 의혹들은 네가 비대우원을 하는데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난 친구가 무슨 생각으로 불구덩이에 입장하고, 거기서 뭘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봐. 우리 친구는 갑작스런 관심과 주목에 좀 당황한 듯한데, 많은 사람들은 한나라당도, 한나라당을 바꾸겠다는 비대위도, 26살인 너도 그렇게 주목하지 않아. 널 주목하는 언론은 아마 좃중동일거고, 널 주목하는 사람들은 이 조땔지 모를 상황에서 널 필요로 하는 사람들일거야.


 
좃선의 메인.


친구야.
이번 주말엔 혼자 조용히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해. 한나라당의 유구한 역사와, 싸움의 기술을 숙지해보는 거지. 그렇게 되면 아마도 세상은 고요해질 거야. 세상의 관심으로부터 자유로워 지겠지. 결국 다음주 월요일 한나라당 당사로 향하는 네 발검음은 레스너를 마주한 오브레임처럼 가볍고 묵직해 질거야.. 그렇다고 친구가 화끈한 플라잉 니킥을 날려줄거라 기대하진 않아. 가카의 화환을 돌려보냈듯, 유신독재 상속자인 비대우원장에게 날선 비판을 해주길 바래. 이 바램이 부담스럽다면 지금 당장 뛰쳐나와 사무실로 돌아가 올 사업계획서나 다시 한 번 보는 게 나을거야. 너 같이 능력있는 친구가 몰락하는 당의 꼭두각시 노릇이나 할 필요는 없잖아..


친구야.
기왕 이렇게 된거 어쩌겠어. 어제 방송보니 입술이 좀 건조해 보이던데. 그렇다고 가카처럼 ‘춉~춉’하면 안되. 그럼 더 트는 거 알지. 그럼 건투를 빌께.


 
원조 춉~춉


아참.
너 어제 보니 정치 안 하겠다고 대국민 선언 하더라. 비대우원이 뭐라고 벌써부터 대국민선언같은 걸 하고 지랄이야. 아무튼 너 출마하기만 해봐. 약속 지켜. 알았지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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